브런슨,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시사
WP “국방비 GDP 3.8%로 증액 요구”
관세협상서 분담금 2배 인상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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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국방비 인상을 비롯해 동맹 현대화를 위한 요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도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의 변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는 내용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달 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동맹 청구서’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갖고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병력 등 숫자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5세대(스텔스) 전투기 1대는 4세대 전투기 2대와 동급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러면 능력이 더 중요한가, 숫자가 더 중요한가”라며 “새로운 능력을 들여와서 작전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책임지는 사령관이 ‘역량만 유지된다면 감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75년 전 한국은 지금과 매우 다르고 세계 균형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며 “동북아 지역도 맥락이 바뀌었다. 이북에 핵무장한 나라도 생겼고 점진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관여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군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대만에 가면 한국도 같이 간다는 식으로 기정사실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배 바로 옆에 있는 악어’처럼 가장 가까운 위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러 간 밀착, 중국 해군과 러시아 함대의 합류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중국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 등에도 대비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선 ‘공동 합의에 기반한 조건 충족’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만을 목표로 다급하게 진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름길을 택하면 한미의 방위 태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된 과정이 있으니 이를 지키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계획을 변경하려면 새로운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역시 군사적으로 조건을 갖춰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미국 정부의 ‘한미 합의 초기 초안’을 인용해 “미국은 한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6%였던 국방비를 3.8%로 증액하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또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기지 운영에 드는 연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 3915억원)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내년 한국의 분담금이 11억 달러(1조 5306억원)인 걸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증액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안에는 또 ‘한국 정부가 대북 억제를 지속하는 동시에 중국을 더 잘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한다’는 것도 요구사항으로 담겼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서도 한국의 승인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0일 “미측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그 외 협의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의 재협상 또는 변경 필요성을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동맹 현대화를 위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주요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주한미군 역할 변경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우리도 압박을 피하기는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여 이달 중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 및 전략적 유연성 지지에 대한 미측의 요구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청구서가 명시되진 않더라도 앞으로 실무 협의 등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앞서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올리겠다고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비슷한 방식의 점진적인 인상과 주한미군 등 동맹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며 대비해 왔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체결된 제12차 SMA의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허백윤·류재민 기자·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2025-08-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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