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37만여 가구 ‘장기 수급’
장애·고령 아닌 가구도 10만 넘어
근로 능력 있는데 수급 제도 안주
민간 취업 연계 프로그램 늘려야
이미지 확대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5곳 중 1곳은 10년 넘게 생계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수급 가구는 지난해 기준 37만여 가구에 이르며, 장애나 고령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일반 가구도 10만 가구를 넘는다. 근로 능력과 의지를 지닌 이들의 ‘탈(脫)수급·빈곤’을 위한 동기부여나 직업훈련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년 미만 수급자는 전체(188만 4089가구)의 15.1%에 그쳤다. 3년 미만 수급자를 모두 합쳐도 37.8%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수급 가구는 19.7%, 5년 이상 10년 미만은 20.7%로 전체 수급자의 40.4%가 5년 이상 장기 수급자다. 실제 규모를 보면 10년 이상 수급 가구는 2015년 25만 2662가구에서 지난해 37만 592가구로 늘었다. 9년 새 11만 8000가구 가까이(46.7%) 증가했다. 장기 수급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탈수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년 이상 수급 가구 중에는 노인 9만 9211가구(26.8%), 장애인 11만 866가구(30%)가 포함돼 있다. 고령이거나 장애로 인해 근로 자체가 어려운 경우 탈수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외의 일반 가구도 10만 6155가구(28.6%)에 이른다. 근로 능력에 큰 제약이 없는 이들조차 수년째 제도 안에 머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조사(2005~2021년) 분석에 따르면 11년 이상 장기 수급자 중 34.0%가 18~34세 청년층이었다. 가족 중에 근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3인 가구조차 25.4%가 11년 이상 생계 지원을 받았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근로 능력이 있는 청장년층이 언제든 탈수급·탈빈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자활사업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할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부족한 반면 생계급여 보장 수준이 확대되면서 제도 내에 머물게 하는 유인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자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 기간은 최대 5년이며 근로 능력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배치되지만, 시간당 임금은 8000원대로 올해 최저임금(1만 30원)에 미치지 못한다. 보상이 낮고 참여 기간이 짧은 데다 민간 일자리로의 연계율도 낮아 실질적인 탈수급은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자리를 얻어도 다시 빈곤으로 돌아가는 ‘빈곤의 덫’에 빠지기 쉽다. 복지 현장에서는 자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민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금은 수급을 벗어나더라도 안정적인 빈곤 탈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생계급여 보장 수준이 높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해서 버는 소득과의 균형도 중요하다”며 일하는 것보다 생계급여를 받는 게 더 나은 ‘역전 구조’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2025-08-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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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준 37만여 가구 ‘장기 수급’
장애·고령 아닌 가구도 10만 넘어
근로 능력 있는데 수급 제도 안주
민간 취업 연계 프로그램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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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5곳 중 1곳은 10년 넘게 생계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수급 가구는 지난해 기준 37만여 가구에 이르며, 장애나 고령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일반 가구도 10만 가구를 넘는다. 근로 능력과 의지를 지닌 이들의 ‘탈(脫)수급·빈곤’을 위한 동기부여나 직업훈련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년 미만 수급자는 전체(188만 4089가구)의 15.1%에 그쳤다. 3년 미만 수급자를 모두 합쳐도 37.8%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수급 가구는 19.7%, 5년 이상 10년 미만은 20.7%로 전체 수급자의 40.4%가 5년 이상 장기 수급자다. 실제 규모를 보면 10년 이상 수급 가구는 2015년 25만 2662가구에서 지난해 37만 592가구로 늘었다. 9년 새 11만 8000가구 가까이(46.7%) 증가했다. 장기 수급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탈수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년 이상 수급 가구 중에는 노인 9만 9211가구(26.8%), 장애인 11만 866가구(30%)가 포함돼 있다. 고령이거나 장애로 인해 근로 자체가 어려운 경우 탈수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외의 일반 가구도 10만 6155가구(28.6%)에 이른다. 근로 능력에 큰 제약이 없는 이들조차 수년째 제도 안에 머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조사(2005~2021년) 분석에 따르면 11년 이상 장기 수급자 중 34.0%가 18~34세 청년층이었다. 가족 중에 근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3인 가구조차 25.4%가 11년 이상 생계 지원을 받았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근로 능력이 있는 청장년층이 언제든 탈수급·탈빈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자활사업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할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부족한 반면 생계급여 보장 수준이 확대되면서 제도 내에 머물게 하는 유인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자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 기간은 최대 5년이며 근로 능력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배치되지만, 시간당 임금은 8000원대로 올해 최저임금(1만 30원)에 미치지 못한다. 보상이 낮고 참여 기간이 짧은 데다 민간 일자리로의 연계율도 낮아 실질적인 탈수급은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자리를 얻어도 다시 빈곤으로 돌아가는 ‘빈곤의 덫’에 빠지기 쉽다. 복지 현장에서는 자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민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금은 수급을 벗어나더라도 안정적인 빈곤 탈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생계급여 보장 수준이 높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해서 버는 소득과의 균형도 중요하다”며 일하는 것보다 생계급여를 받는 게 더 나은 ‘역전 구조’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2025-08-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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