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손주 앞에서 아들 살해
20여년 전 이혼… 정기적 연락은 해
아들에 2회 격발 후 문에도 1회 쏴
총기 관련 전과·정신 병력은 없어
범행 이유 “가정불화 때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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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아들(남편)을 쐈어요.”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담긴 112신고가 접수됐다. 60대 A씨의 생일을 맞아 아들 B씨가 생일잔치를 열었던 밤, 며느리와 손주까지 ‘삼대’가 모이고 며느리가 자신의 지인 1명을 초청한 모임에서 A씨는 아들의 복부에 총을 겨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9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33층에서 사제총기를 발사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생일파티를 하던 중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자신의 차량에 보관해 뒀던 사제총기에 탄환을 장전한 채로 아들의 집으로 향했다.
이후 A씨는 아들의 복부를 향해 연달아 2차례 격발했다. 특히 A씨가 사용한 탄환에는 BB탄 크기의 쇠구슬 12개가 들어 있었고, B씨의 몸에는 쇠구슬 10여개가 박혀 있었다고 한다.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 현장인 자택 안에 총기가 든 A씨가 있을 것을 우려해 바로 진입을 시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를 향해 격발한 것 외에도 집 안에 있는 문을 향해 1회 발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파트 실내에서 격발이 이뤄져 가족이 다 볼 수 있었다”면서 “(피해자) 자녀들에 대한 심리 치료와 병원 치료비 등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을 살해한 A씨는 곧장 차량으로 도주했고, 2시간 정도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0시 15분쯤 A씨는 아들을 살해한 지 3시간 45분 만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고 전했다.
B씨는 A씨와 유명 피부관리 업체 대표인 어머니 C씨의 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아내와는 20여년 전 이혼했고, 아들인 B씨와는 정기적으로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들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가정불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총기 관련 전과나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이웃들도 그를 조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한 시민은 이날 “말수가 많지 않고 조용한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씨는 “평소에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5년 넘게 제대로 한 번 마주치지 못했던 아저씨”라면서 “대피하면서 다른 아파트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A씨가) 혼자 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쌍문동에서 20년 넘게 배달업을 한다는 정모(63)씨는 “(A씨가 살던 집이) 80평대 넓은 평수로 알고 있다. 평소 격이 있는 사업가처럼 여유 있는 느낌이 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체포 직후 A씨로부터 ‘집에 낮 12시에 사제 폭탄이 터지도록 설치해놨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동네 주민들은 이날 새벽 1~3시쯤 때아닌 대피 소동을 겪어야 했다. 경찰은 아파트 주민 70여명 등 105명을 긴급 대피시킨 뒤 자택 내부에 있던 폭발물을 제거했다.
박상연·박효준·반영윤 기자
2025-07-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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