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500억 달러 협상서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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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3500억 달러(약 499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3500억 달러(약 499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대미 무역 협상 대표단이 19일 오후 귀국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500억 달러(약 499조원) ‘선불(Up front) 집착’이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타결을 목표로 하되 시간에 쫓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벌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협의 결과에 대해 “양측이 공감대를 갖게 됐고 논의에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할 만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서로 대안을 얘기하면서 검토하고 접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상 결과를 뭐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김 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한 뒤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APEC 정상회의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 관세 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시간에 쫓기는 협상은 손해라고 판단한다.
김 실장과 김 장관, 여 본부장은 지난 16일 무역 협상의 ‘키맨’인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시간 넘게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구성과 방식을 협의했다. 김 실장은 협상이 끝난 뒤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했다”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투자 패키지의 디테일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실장과 여 본부장은 19일(한국시간) 오후 귀국했다.
정부는 3500억 달러 투자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얻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화 중심 대미 투자 비율 확대 ▲현금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대출·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 ▲투자금 10년 분할 등이 거론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정부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도가 연간 200억~300억 달러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재무부와 한국은행 간 원화 중심 통화 스와프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중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한미 관세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원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외환 사정상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고, 행정부 내에 한국 입장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베선트 장관도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미국 측 실무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트닉·베선트 장관과 공감대를 이뤘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타결은 난망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중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에 바라는 건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이다. ‘공정하게’라는 건 미국으로 수천억, 심지어 조 단위 달러가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3500억 달러 선불 요구를 거듭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국 그의 ‘선불 집착’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관세 협상의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김 장관은 18일 미국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직원 구금 사태를 겪은 미 조지아주 서배너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장관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의 해외투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20일(한국시간) 오후 귀국한다.
세종 이영준·이주원·서울 김진아 기자·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2025-10-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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