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7일 국빈 방미… WP 인터뷰
“日과 협력 늦추기엔 韓안보 급박”… 한미일 연대 강화 의지
우크라 군사지원 발언 수위 낮춰
“당사국과 직간접적 관계 고려를”
▲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 정상의 국빈 방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으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출국 이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빈 방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를 양국 국민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 “실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며 무엇보다도 가치에 기초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주와 그 이후에 한미동맹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을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전쟁 당사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와 전쟁 중인 국가들 사이의 많은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혀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대일 외교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우려가 일본과의 협력을 지연시키기에는 너무 급박했다”며 “일부 비평가들은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번의 전쟁을 경험했고 그럼에도 전쟁 중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저는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 측이)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내외와 워싱턴DC 한국전쟁기념비를 방문하는 등 친교 시간을 가진 뒤 26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미 연합 방위태세 공고화 및 핵우산 등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 및 첨단기술 협력 구체화, 양국 미래세대 교류 지원,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 등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우주·인공지능(AI)·양자·데이터·바이오 등 협력 강화 방안과 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연내 설립을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과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NASA가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참여 방식 등도 거론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또 회담 당일 저녁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 초청으로 국빈 만찬에 참석하며 이 자리에는 한미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27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도 이번 방미의 중요 행사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네 번째로 영어 연설에 나서는데, 30~40분가량의 연설에서 한미동맹 70년 역사를 회고하고, 새로운 70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가 위치한 보스턴으로 이동해 28일 매사추세츠공대(MIT) 디지털·바이오 분야 석학들과의 대담,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행사 등 일정을 이어 간다. 그는 이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정책 연설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워싱턴DC와 보스턴에서 열리는 총 7개의 경제단체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이 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6대 경제단체 회장을 포함해 총 122명의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서울 고혜지·워싱턴DC 안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