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아 부, 셰브론 챔피언십 1위
연장 끝에 인 제치고 10억원 획득
외조부 베트남서 미국으로 탈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위해 최선”
김아림·양희영·고진영 톱10 진입
‘보트피플’의 손녀 릴리아 부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됐다.
부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우즈(파72·682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부는 에인절 인과 연장을 치렀다. 18번(파5)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인이 201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주위 물에 빠졌다. 반면 부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겼다. 세 번째 샷은 공이 홀컵 4.5m 거리에 위치했고, 부가 버디로 연결시켜 경기를 끝냈다. 대회 우승 상금은 76만 5000달러(약 10억 1000만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부는 외할아버지가 보트피플이다. 부의 외할아버지는 1982년 보트 한 척에 의지해 가족과 공산 치하의 베트남을 탈출했다. 부의 부모 모두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는 “외할아버지의 탈출 덕에 엄마가 미국에 왔고, 미국에서 나를 낳았다. 그게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라며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최선을 다해 경기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사실 오늘도 코스에서 화가 많이 났지만 화를 내면 외할아버지가 실망하실 것이라고 생각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 홀 주변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 대회 장소가 텍사스주 더 클럽 칼턴우즈로 바뀌면서 이 전통이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대회 주최 측은 올해 18번 홀 근처의 호수를 준설해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승자인 부는 TV 방송 인터뷰를 마친 뒤 캐디 등과 함께 시원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아림과 양희영이 나란히 8언더파 280타, 공동 4위에 올랐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고진영은 이날 4타를 줄여 7언더파 281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메이저 대회는 오는 6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리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다.
김동현 기자